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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경보에서 얻는 지혜, 더 긴 클럽으로 달래 치는 것이 늘 옳다

독자는 가장 힘든 스포츠 경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마라톤? 철인 3종 경기? 아니다. 비슷하기는 한데 정답은 아니다. 그러면 무엇이냐고? 바로 경보(競步)이다. 그렇다. 빠르게 걷는 그 경보 말이다. 경보는 영어로는 워크 레이스(Walk Race)이다. 말 그대로 누가 더 빨리 걷는지를 겨루는 경기이다. 말이 걷는 것이지 뛰는 것이나 다름 없다. 경보 경기는 20㎞짜리도 있고 35㎞짜리도 있다. 50㎞짜리도 있다고 하니 놀랍다. 경보 선수가 얼마나 빠르길래 뛰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하느냐고? 기록을 살펴 보면 입이 벌어진다.20㎞ 남자 경보 세계 기록은 1시간 16분 43초이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모로조프(Sergey Morozov) 선수가 지난 2008년에 세운 기록이다. 한국 남자 20km 기록은 1시간 19분 31초이다. 김현섭 선수가 지난 2011년에 세웠다. 혹시 이 기록을 경신한 선수가 있는데도 뱁새가 모르고 있다면 귀띔을 해주기 바란다.뱁새 김 프로도 아주 못 뛰지는 않는다. 20㎞를 뛰어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운동 삼아 10㎞는 이따금 뛴다. 잘 하면 1시간 안에 주파한다. 정확하게는 50분 남짓 걸린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잰 기록이다. 뱁새는 그 때 대한골프협회가 주관하는 ‘2023 한국시니어오픈’에 참가했다가 컷 오프 되고 말았다. 남들은 대회 마지막 날 경기를 하고 있을 때 뱁새는 제주도 서쪽 해안을 뛰었다. 분도 삭일 겸. 어차피 그날 귀경도 못할 상황이었다. 주제도 모르고 마지막 날까지 칠 것이라고 장담하고 비행기를 뒷날로 예약한 탓에 말이다. 그 때가 작년 늦가을이니 아주 최근 기록이다. 뱁새가 혹시 20㎞ 달리기에 도전한다면 어떨까? 2시간 안에 뛰기는 어림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경보 선수는 그 거리를 더 짧은 시간에 걷는다. 뛰는 것이 아니라. 경보가 왜 가장 힘든 스포츠 경기냐고? 바로 그 이야기가 오늘 하려는 이야기의 핵심이다. 경보가 힘든 이유는 이렇다. 걷는 것과 뛰는 것을 구분하는 것은 간단하다. 걷는다면 두 발 중 한 발은 땅에 반드시 닿아 있다. 뛴다면 두 발이 동시에 땅에서 떨어질 때도 있다. 경보는 걷는 경기이니만큼 두 발 가운데 한 발은 꼭 땅에 닿아 있어야 한다. 뛰다시피 걷지만 절대 뛰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걸 어떻게 지키느냐고? 심판이 뒤에서 계속 따라 붙는다. 그러다가 어떤 선수가 동시에 두 발이 땅에서 떨어지면 경고를 준다. 경고를 두 번 받으면 실격이다. 선수가 많으니 심판도 골프 보다는 훨씬 많이 따라 붙는다. 같은 심판이 두 번 반칙을 했다고 판단하면 실격 처리 하는 것이다. 뛰다시피 걷는 것이 그렇게 힘드냐고? 그렇다. 차라리 뛰면 힘이 덜 든다. 그런데 뛰지는 않으면서 속도는 최대한으로 내야 하니 힘든 것이다. 느긋하게 걷는다면 뭐 그리 힘들겠는가? 더 짧은 시간에 목표까지 걸어야 하니 미칠 노릇인 것이다.이것을 운동학습론(Motor Learning)은 정확히 분석하고 있다. 바로 걷기와 달리기는 엄연히 다른 동작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무슨 이야기냐고? 걸을 때와 달릴 때는 다른 근육을 쓴다는 이야기이다. 걷기에서 뛰기로 바뀔 때 참여하는 근육도 갑자기 바뀐다. 바뀌기 직전에는 근육이 요동을 친다. 이른바 임계 요동이라는 것이다. 임계점에서 몸이 힘들어서 덜컹거린다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경보가 어려운 이유는 바로 처음부터 끝까지 긴 시간 동안 몸을 계속 임계점까지 밀어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뛰는 것처럼 빨라야 하지만 뛰면 실격이 되는 경기. 걷기로는 극한까지 끌어올리는데 절대 새로운 균형이 이뤄지는 달리기로는 바꾸면 안 되는 경기. 그것이 바로 경보이다. 얼마나 힘들겠는가? 가만 있어 보자. 무슨 이야기를 하려다가 여기까지 왔더라? 골프 칼럼인데 골프 이야기를 해야지. 흠흠.골프에도 임계요동이 있다. 바로 무리하게 클럽을 휘두를 때 일어난다. 드라이버도 드라이버지만 아이언 따위를 선택할 때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이 임계요동이다. 두 클럽을 놓고 고민한다고 치자. 독자는 어떤 클럽을 고르는가? 더 긴 것? 아니면 더 짧은 클럽? 같은 거리를 더 짧은 클럽으로 치려고 할 때 사실은 무리인 경우가 많다. 남 이야기가 아니라 뱁새도 마찬가지이다. 짧은 클럽으로 더 멀리 보내려고 안간힘을 쓸 때는 임계요동을 겪는 것이다. 부드러운 스윙을 할 때 몸이 이뤄내는 조화가 깨진다는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는 독자도 뱁새도 다 알고 있다. 결국 더 긴 클럽으로 달래서 치는 것이 훨씬 돌발이 적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름 있는 선수는 빠른 속도로 휘두르지 않느냐고? 그럴 때 그 선수는 임계요동을 겪지 않느냐고? 좋은 질문이다. 그 선수는 숙련을 해서 그 속도에도 임계요동을 덜 겪거나 겪지 않는다. 숙련에 이를 만큼 연습을 많이 하지 않은 독자라면? 더 긴 채로 달래치는 것이 맞다는 말이다. 돌이켜 보면 뱁새도 클럽을 넉넉하게 길게 잡고 가볍게 쳤을 때 점수가 훨씬 좋았다. 그런데 왜 매번 그렇게 하지는 못했을까? 그 놈의 자의식 탓이다. 젋은 선수가 더 짧은 아이언으로 더 멀리 친다고 뱁새가 같은 거리를 같은 클럽으로 낼 수 있겠는가? 분수를 알아야지. 흑! 독자도 클럽 선택을 고민할 때는 주저하지 말고 더 긴 것을 고르기를 바란다. 뱁새가 들려준 경보 선수가 겪는 임계요동을 기억하고 말이다.‘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KPGA 프로 2024.03.0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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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진정한 스포츠맨십 보여줬다...이진혁 프로를 응원하며

이진혁 프로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15년 10월이다. 전북 군산에 있는 군산CC였다. 그 때 이진혁 프로는 아직 프로가 아니었다. 뱁새 김용준 프로도 아직 뱁새 김씨일 때이고. 그해 이진혁은 열 일곱 살이었다. 같은 프로 지망생 뱁새 김씨는 마흔 네 살이었고. 뱁새는 이진혁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은 없다. 이따금 마주치면 눈 인사만 했을 뿐. 선수인 뱁새를 학부모로 오해한 그의 부친과 연습 그린 근처에서 몇 차례 대화를 한 것이 전부이다. 그런 이진혁을 8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분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그가 보여준 용기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난 2015년 10월30일이다. 그날 뱁새 김용준 프로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선발전을 가까스로 통과했다. 꿈꾸던 프로 골퍼가 된 것이다. 뱁새는 컷 오프보다 한 타 덜 쳤다. 본선 이틀 합계 15오버파를 친 것으로 기억한다. 첫 날에는 7오버파를 쳤고 이틀째는 8오버파를 쳤다. 프로 선발전인데 이틀 합계 15오버파를 치고도 통과할 수 있느냐고? 그러게 말이다. 보통 상황이면 어림 없다. 본선에서 이틀 합계 2~3오버파는 쳐야 안정권에 든다. 그런데 그 때는 이틀 내내 말도 못할 강풍이 불었다. 모두 속수무책이었다. 페어웨이 오른쪽 끝을 보고 치면 왼쪽 페널티 구역으로 공이 빠지는 판이었다. 물을 건너야 하는 파3에서는 맞바람에 떠밀려 물에 빠지는 일이 속출했다. 공이 바람에 날리니 샷을 낮게 낮게 쳐야만 했다. 드라이버샷은 제 거리를 낼 수가 없었다. 낮게 날아간 세컨샷을 그린이 받아줄 리도 만무했고. 그렇게 한 타 한 타 잃다 보니 너나 없이 점수가 형편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 타의 가치는 얼마일까? 짧은 퍼팅이 몇 번 홀을 빗겨갈 때 뱁새는 피가 말랐다. 마지막 홀에서마저 두 발짝짜리 퍼팅을 놓치고 보기로 홀 아웃 하고 나서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떨어졌다는 생각에 말이다. 스코어 카드를 내고 들어와서 두 시간 남짓 기다리다가 합격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또 눈물이 나왔다. 그날 뱁새 보다 더 극적으로 합격한 선수도 있다. 바로 김만일 프로다. 김만일은 연장전을 치러서 합격했다. 무려 아홉 명이 나간 연장전에서 단 한 명을 뽑았다. 그런데 그가 살아남은 것이다. 오늘 이야기 속 주인공 이진혁은 그날 김만일과 함께 연장전에 나간 선수였다. 세컨드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한 김만일 선수가 제법 먼 거리에서 어프로치를 한 것이 그대로 홀에 빨려 들어갔다고 한다. 김만일이 기적을 일으킨 탓에 이진혁의 도전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런데 무슨 감동이 있느냐고?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 바란다.이진혁은 어쩌면 이날 연장전을 치르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진혁이 뱁새 보다 한 타 모자라서 연장전에 간 사연은 이렇다. 어느 홀에선가 이진혁이 클럽 헤드를 공 뒤에 댔을 때였다. 공이 뒤로 움직여서 클럽 헤드에 닿고 말았다. 규칙대로라면 1벌타이다. 벌타를 받고 공은 리플레이스 해야 한다. 원래 자리에 갖다 놓고 쳐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진혁 자신을 제외하고는 이 상황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순간에 일어난 일이기도 하지만 강풍에 정신을 못 차리는데 남의 일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독자 같으면 어떻게 했을까? 아니, 뱁새 같으면 어떻게 했을까? 한 타가 아쉬운 그 상황에서 말이다. 온 가족이 매달려 단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그런 부담을 앉은 처지라면 말이다.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을 해 본다. 뱁새는 자신이 없다. 벌타를 받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힐 용기가 뱁새에게 있을지 장담 못하겠다는 말이다. 독자는 어떤가? 갓 청년이 된 이진혁은 스스로 벌타를 매겼다. 그 홀에서 친 타수에 벌타 하나를 더해서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 것이다. 연장전에 나가야 했을 때 그의 속마음은 얼마나 어떠했을까? 김만일이 멋지게 칩인을 성공했을 때 이진혁은 얼마나 참담했을까? 그 한 벌타 탓에 연장전에 나가야 했던 그의 심정을 나는 짐작도 할 수 없다. 아무도 모르는 그 벌타를 그가 감췄더라면? 그는 뱁새와 같은 타수로 바로 합격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날 연장전은 없었을 것이다. 김만일 프로도 합격하지 못했을 것이고. 뱁새는 이 이야기를 이진혁 프로의 아버지에게 전해 들었다. 그리고 그를 위로하고 응원했다. 이진혁 선수는 반드시 대선수가 될 것이라고. 그리고 골프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세상에서 제 몫을 하는 멋진 사나이가 될 것이라고. 이진혁은 그 이듬해 봄에 프로 선발전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 이후 뱁새는 매번 이진혁 프로가 선전하기를 기대하면서 2부 투어나 큐스쿨 성적표를 보고 있다. 큐스쿨은 퀄러파잉 스쿨을 줄인 말이다. 투어에 뛸 자격을 가리는 대회를 말한다. 지난해 늦가을에 치른 2024년 코리안투어 큐스쿨에서도 이진혁 프로는 최종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다. 남몰래 응원하던 뱁새는 너무 안타까웠다. 그가 코리안투어에 올라오면 꼭 이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려면 어떠랴. 1부 투어에 아직 올라오지 못했다고 해도 그는 진정한 골퍼이다. 뱁새는 그가 골프이든 아니면 다른 어떤 일이든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독자 중에 누군가가 그의 도전을 후원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이진혁 프로는 아마 뱁새가 그의 팬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진혁 프로 파이팅.‘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KPGA 프로 2024.02.2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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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당신에게 입스가 찾아왔다면

스티브 블래스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뛰었다. 투수인 그는 스물 여섯 살이던 1968년부터 서른 살이 되던 1972년까지 5년 연속 10승 이상씩을 거뒀다. 그가 활약한 덕에 피츠버그는 1971년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했다. 1972년에는 무려 19승을 올렸다. 끝없이 호투할 것 같던 그는 이듬해 갑자기 주저앉았다. 88이닝을 던졌는데 84개나 볼 넷을 내준 것이다. 겨우 3승에 그치기도 했고. 이어 지난 1974년에는 5이닝 동안 볼 넷 7개를 던진 뒤 팀을 떠났다. 그 뒤 심리치료까지 받으며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으나 결국 은퇴했다. 잘 던지던 투수가 어느 날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없게 되는 알 수 없는 이 현상을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골프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다. 바로 입스(Yips)다. 어제까지 멀쩡하게 잘 하던 샷이나 퍼팅을 도무지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이럴 때 입스가 왔다거나 입스에 걸렸다고 표현한다. 독자는 혹시 입스에 걸려본 적이 있는가? 아직 없다고? 행운이다. 골퍼 서너 명 중 한 명이 평생 한 번은 겪는다고 하니 말이다. 입스에 걸리면 어떻게 되느냐고? 한 마디로 ‘말 못할 속앓이’를 한다. 안 겪어 본 골퍼는 모른다. 그 아픔을. 뱁새 김용준 프로 당신은 입스를 겪어 보았느냐고? 겪어 보았다. 자신만만하던 벙커샷 입스였다.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눈총을 받아가며 갈고 닦은 터라 벙커샷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벙커샷을 하려면 두려움이 앞섰다. 제대로 스윙을 하지 못해 벙커에서 한 번에 탈출을 하지 못하거나 톱핑을 내는 일이 생긴 것이다. 처음에는 당황했고 나중에는 좌절했다. 뱁새 김 프로 같은 하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내로라 하는 선수들도 입스를 겪은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중에는 도저히 입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은퇴한 경우도 있다. 입스에 왜 걸리는지 아느냐고? 아니, 잘 모른다. 뱁새만 모르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 심리학계 전체가 아직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짐작만 할 뿐이다. 오늘은 그 짐작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입스는 십중팔구 기술 탓이라고 스포츠 심리학은 추정하고 있다.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거나 잊어버려서 잘 치지 못하다가 입스에 빠진다는 이야기이다. 에이, 정상급 선수가 어떻게 기술을 모를 수가 있느냐고? 모를 수도 있다. 아니 정확하게는 알았던 것을 새까맣게 잊어먹을 수 있다. 타이거 우즈가 80대 타수 치던 날을 기억 하는가? 숏 게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잊어먹어서 머리 속이 하얗게 되었다고 한다. 뱁새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벙커샷 입스에 빠진 것은 기본기를 다 잊어버린 탓이었다. 벙커샷을 제법 잘 하게 되자 건방져서 연습을 소홀히 한 것이었다. 기본기를 다시 다듬고 실전에서 여러 번 다시 성공하자 어느새 입스는 사라졌다. 혹시 입스로 고생하고 있는 독자라면 기본기를 다시 점검해 보면 어떨까? 마침 라운드를 안 하거나 덜 하는 겨울이니 말이다. 주위에 도움을 받을 마땅한 교습가가 없다면 뱁새를 찾아도 좋다. 입스가 오는 다른 이유로는 기질(Disposition) 변화를 꼽는다. '그 인간은 기질이 아주 다혈질이야'라고 할 때 말하는 그 기질 말이다. 뱁새도 기질 변화가 입스의 원인이라고 파악해서 사회인 제자의 입스를 해결한 적이 있다. 도무지 샷을 할 수가 없다며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뱁새를 찾아왔다고 했다. 그는 젊을 때 힘이 좋았다. 그래서 팔로만 휘둘러도 남 보다 더 멀리 칠 수 있었다. 그는 시니어가 되어서도 여전히 같은 스윙을 하려고 했다. 힘이 줄고 유연성도 떨어졌는데도 말이다. 그러다 보니 샷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실패한 경험이 쌓여서 자신감까지 잃어버린 지경에 빠진 것이라고 뱁새는 판단했다. 그래서 몸까지 쓰면서 더 부드럽게 치는 스윙을 가르쳐주었다. 마음을 고쳐 먹고 비거리 욕심도 줄이자고 다짐 받았고. 실전에서 몇 차례 좋은 결과가 나오자 그는 입스를 떨치고 다시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기술과 기질. 이 두 가지만 체크해 보아도 입스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안 되면? 일단 두 가지를 짚어 보고 이야기 하면 어떨까? 물론 나머지는 진짜 심리적 원인일 것이다. 그것은 골프 교습가가 아니라 스포츠 심리 전문가와 상담해야 할 터이고. 기술을 되짚어 보고 바뀐 기질에 맞게 스윙을 교정하는 일은 제법 시간이 걸린다. 입스에 빠져 있다면 겨울이 골퍼에게 주는 여유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 한다.‘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4.01.1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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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 모험] 뼈저리게 느끼는 레이업의 가치

창피해서 한동안 어디 가서 말도 못했다. 이제 조금 나아져서 이야기 할 수 있다. 무슨 이야기냐고? 뱁새 김용준 프로가 최근에 치른 대회 이야기이다. 2024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챔피언스투어 퀄러파잉 스쿨 말이다. 퀄러파잉 스쿨(Qualifying School)이 뭐냐고? 내년에 치를 챔피언스투어 대회 본선에 바로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정하는 대회이다. 챔피언스투어는 쉰 살 이상만 나갈 수 있는 투어이다. 퀄러파잉 스쿨은 줄여서 큐스쿨(Q-School)이라고 한다. 시드전이라고도 부르고. 시드(Seed)는 투어 본선을 뛸 수 있는 자격을 말한다. 뱁새 김 프로가 이 퀄러파잉 스쿨을 잘 치면 2024년에 여는 열 몇 개 시니어 대회 본선에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떨어지면 내년에도 올해처럼 대회마다 예선을 치러야 하고.지난 11월 첫날이었다. 뱁새는 고향인 전남 해남에 있는 솔라시도CC에서 큐스쿨 스테이지1을 치렀다. 큐스쿨은 하루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스테이지3가 마지막 관문이다. 프로 골퍼라면 스테이지1부터 치러야 한다. 아마추어 골퍼는 프리(Pre) 스테이지를 거쳐야 하고. 아는 독자도 있을 터이다. 그래도 혹시 시니어 투어를 꿈꾸는 독자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라고 설명한다.스테이지1은 하루짜리이다. 그날은 가을 안개가 너무 늦게 걷히는 바람에 18홀이 아닌 9홀 성적으로만 가리게 되었다. 뱁새는 8번 홀까지 2오버파로 통과가 무난해 보였다. 8번 홀에서 한 발짜리 버디 퍼팅을 놓치긴 했지만 말이다. 브레이크가 있는 것 같았는데 신기하게 그대로 지나가서 찬스를 놓쳤다. 그 전에 2번 홀에서 두 발짜리 버디 퍼팅은 브레이크를 덜 봐서 놓쳤다. 마음이 상한 상태에서 3번 홀에서 110m짜리 어프러치를 벙커에 빠뜨린 것이 아팠다. 러프와 맞바람을 얕보고 친 탓이었다. 발은 벙커 밖이고 공은 저 아래 벙커 속인 상황이었다. 샷이 두껍게 맞아서 겨우 벙커만 벗었났다. 거기서 또 어프러치를 실수해서 더블 보기를 기록한 것이다. 나머지 홀에서도 여남은 발짝 되는 퍼팅이 홀 옆에 멈춘 것이 두 번이나 되었다. 그렇게 찬스는 다 놓치고 하지 말아야 할 실수는 해서 2오버파가 된 것이다. 썩 좋은 점수는 아니었지만 마지막 홀에서 파나 보기만 하면 스테이지1을 통과하는 것은 무난해 보였다. 마지막인 9번 홀은 350m가 조금 넘는 파4였다. 오른쪽에는 뱁새 드라이버 샷 거리에 큼지막한 벙커가 있었다. 야디지를 보니 왼쪽 페널티구역까지는 272m였다. 왼쪽으로 시원하게 티샷을 하면 짧은 거리가 남을 것이라고 뱁새는 생각했다. 그리고 어프러치를 하면 파로 마치고 스테이지1을 통과할 수 있다고. 그런데 아뿔싸! 직전 홀에서 짧은 퍼팅을 놓친 탓일까? 뱁새가 조금 거칠게 쏜 드라이버 티샷은 제법 감기더니 페널티구역쪽으로 갔다. 가서 보니 공은 페널티구역 안이기는 했지만 물이 없는 자리에 놓여 있었다.300야드나 나간 것일까? 아니면 야디지가 엉터리였을까? 후회가 밀려왔다. 하이브리 클럽으로 200m 남짓만 오른쪽 벙커 앞까지 칠 걸 하는. 살펴보니 공 밑에 돌이 있었다. 돌을 치우면 공이 움직일 상황이었다. 그러면 페널티를 받는다. 뱁새는 순간 고민을 했다. 벌타를 받고 페널티구역 밖에 드롭을 하고 세번째 샷으로 홀을 노릴까? 아니면 옆으로 쳐내서 조금이라도 홀에 더 가까운 데서 다음 샷을 할까? 뱁새는 후자를 택했다. 주저하고 샷을 한 탓일까? 돌 때문이었을까? 공은 페널티구역 밖으로 겨우 두어 발짝 나가서 멈추었다. 경사가 심해서 거의 가슴 높이에 공이 있는 상황이었다. 이제서야 레이업을 하면 포 온 투 퍼팅으로 더블 보기를 할 판이었다.레이업(Lay UP)이란 다음 샷을 치기 쉬운 곳으로 공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실수할 수도 있는 경우 차선책을 택하는 것이 레이업이다. 뱁새는 두 클럽쯤 길게 잡고 그대로 홀쪽으로 샷을 했다. 공은 여남은 발짝 나가서 나무에 걸리는 자리에 놓이고 말았다. 홀까지 몇 십 미터 밖에 남지 않았지만 웨지로도 나무를 넘기기는 어려워 보였다. 나무에 맞더라도 네번째 샷을 홀로 쏴야만 했다. 기적이 일어나서 붙어야 보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웨지 샷이 깨끗이 맞기는 했지만 나뭇가지를 스치더니 공이 그린 사이드 벙커에 빠졌다. 또 발이 벙커 밖에 놓이는 고약한 샷이었다. 뱁새는 다섯번째 샷으로 홀에 집어 넣어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어려운 벙커샷이었지만 잘 들어갔다. 그래도 빠른 가을 그린에 튀더니 홀에서 네 발 내리막 퍼팅이 남았다. 넣으면 더블 보기. 어떻게든 넣고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퍼팅은 홀을 살짝 스쳐 지나갔다. 트리플 보기. 뱁새는 9홀에 5오버파를 치고 말았다. 뱁새가 속한 조의 스테이지1 커트라인은 9홀에 4오버파였다. 뱁새가 마지막 홀에서 한 여러 실수 가운데 단 한 개라도 하지 않았다면 가까스로 스테이지1을 통과할 수 있었을 터였다. 뱁새는 티샷을 레이업 했어야 했다. 페널티구역에서도 벌타를 받고 플레이 했어야 했고. 그 다음부터는 내친 걸음이었다고 해도 말이다.레이업. 말로는 쉽다. 뱁새도 제자에게 얼마나 강조하는데. 그런데 막상 눈 앞에 놓인 상황에서 레이업을 선택하지 못했다. 그렇게 뱁새가 몇 달간 준비한 2024년 KPGA 챔피언스투어 퀄러파잉 스쿨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반드시 풀 시드를 갖고 내년에 뛰어보겠다는 그 꿈이 말이다. 몇 달을 준비하고 단 아홉 홀 만에. 내색을 안 하려고 했지만 너무나 뼈 아픈 실수였다. 레이업 하라! 뱁새처럼 허망하게 무너지지 말고. 아! 내년에 예선을 치를 생각을 하니 앞이 너무 막막하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3.12.1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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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벼락 연습은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이제 너희들은 내 손에 다 죽었어' 라이벌과 승부를 앞둔 전날 밤 칼을 갈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 독자는 손을 들어보기 바란다. 막상 다음날 결과는 어떠했는가? 상대를 늘씬하게 패주었는가? 진짜로 그랬다면 기량이 빼어난 골퍼가 틀림 없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을 하는 그런 골퍼 말이다. 웬걸! 막상 라운드 당일에는 이상하게 안 풀려서 진땀을 뺐다고? 십중팔구 그랬을 것이다. 벼락 연습으로 재미를 보았다는 골퍼는 드물다. 그럴 수 밖에 없다. 8년 전 일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는 마흔 살을 훌쩍 넘은 나이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선발전을 도전했다. 두 번 떨어지고 세 번째에 가까스로 통과한 것은 애독자라면 이미 다 아는 이야기이다. 그 세 번째 도전을 할 때인 지난 2015년 10월 마지막 날이었다. 그 때는 아직 프로가 아닌 '뱁새 김씨'는 이제 하루만 잘 치면 프로가 되는 단계까지 올라왔다. 예선전 1라운드와 2라운드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다. 본선 첫날도 강풍을 이기고 선전했다. 얼마나 바람이 강했는지 뱁새가 7오버파나 쳤는데도 같은 조에서 21등으로 끝낼 수 있었다. 45등까지가 합격인데 말이다. 본선 마지막 날만 잘 치면 되는 상황. 뱁새는 푹 자고 잘 먹고 발걸음도 가볍게 대회장으로 나섰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어깨에 바위덩어리를 하나 올려놓은 것 같았다. 전날 밤 잠을 거의 자지 못한 탓도 있었다. 그런데 몸이 무거운 데는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전날 시합을 마친 뱁새는 저녁을 먹고 드라이빙 레인지를 찾았다. 몇 가지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등수는 제법 좋았지만 맞바람에 고전을 하고 나니 아쉬웠다. 드라이버 티샷을 낮게 보내는 연습을 하고 싶었다. 나름대로 잘 한다고 자부하던 펀치샷 감각도 더 깨우고. 뱁새는 그날 저녁 90분간이나 연습을 했다. 그것도 파워 게임만. 얼마나 공이 시원하게 뻗어나가던지! 뱁새 입꼬리는 저절로 올라갔다. 신이 나서 강풍 속에서 시합을 치르느라 탈진한 것도 잊고 공을 치고 또 쳤다. 한 달 넘게 혼자서 대회장 부근에 숙소를 잡고 칼을 가느라 쌓인 피로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자신감에 한껏 부푼 뱁새는 숙소로 돌아왔다. 그 때 뱁새가 한 생각이 바로 '드디어 나도 프로 골퍼가 되는구나!'였다. 당시 뱁새 김씨는 스포츠 생리학은 커녕 운동의 기본도 모르고 있었다. 어떤 '모지리'가 중요한 시합 전날 그렇게 심하게 연습을 한다는 말인가! 그것도 밤에 말이다. 몸을 많이 움직이면 피로 물질이 나오는 것은 한참 뒤에 알게 되었다. 운동을 하면 호르몬인 에피네필렌 따위가 나온다. 당장은 피로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호르몬이다. 이걸 아드레날린이라고도 부른다. 몸이 피로 호르몬을 분비하면 지치거나 아픈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축구 선수가 세게 걷어차이고도 멀쩡하게 일어나서 뛰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심하게 다쳤을 것 같은데 아무렇지 않게 경기를 계속 하는 경우 말이다. 그런데 팔팔하던 그 선수가 경기를 마친 다음에 병원에 입원을 한다니? 꾀병 아닐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이것이 바로 피로 호르몬이 만드는 마법이다. 피로 호르몬 덕에 당장은 느끼지 못한 피로나 고통은 그 다음날 찾아온다. 가끔은 다음 다음날 몰아치기도 하고. 이른바 '지연 통증'이다. 산에 다녀온 지 하루나 이틀 뒤에 심한 근육통을 느끼는 것이 대표적이다. 프로 선발전 본선 마지막 날 겪은 심한 근육통과 피로도 그런 것이었다. 막바지에는 한 달 넘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같이 일어나 해가 떨어질 때까지 연습을 했으니! 뱁새가 무쇠도 아니고 견딜 재간이 있었겠는가? 돌이켜 보면 뱁새는 이미 심한 근육통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사나흘 운동을 하면 하루나 이틀은 푹 쉬어야 근육에 쌓인 피로를 걷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뱁새가 알 턱이 있었겠는가? 스윙을 몸에 각인시켜야 한다는 무식한 생각만 했을 뿐. 본선 마지막 날 뱁새는 제 기량을 하나도 발휘하지 못했다. 드라이버 티샷은 비거리가 크게 줄었다. 맞바람에 어쩔 수 없이 잡아야 하는 롱 아이언도 무거워서 도무지 휘두를 수가 없었고. 롱 아이언은 긴 아이언을 말한다. 3~5번 정도를 롱 아이언이라고 부른다. '6번도 롱 아이언이라고 느낀다면 아직 하수'라는 선배 프로 최병복의 말에 뱁새도 언제부터인가는 5번까지만 롱 아이언으로 친다. 다시 선발전 본선 마지막 날로 돌아가자. 내기 골프로 잔뼈가 굵은 뱁새가 두어 클럽 길게 잡고 겨우 겨우 경기를 풀어간 것은 기적이었다. 초속 10m 안팎은 되었을 강풍에 청년들도 고전한 덕을 보기도 했고. 그렇게 뱁새는 턱걸이로 선발전을 통과했다.그렇다. 아무리 마음이 급하다고 해도 전날 밤에는 연습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차라리 라운드 당일 새벽에 일찍 가서 몸을 푸는 것이 지혜롭다. 라운드 직전에 드라이빙 레인지에 가도 되냐고? 적어도 전날 밤에 무리하는 것 보다는 백 배 낫다는 이야기이다. 벼락 공부는 몰라도 벼락 연습은 '별무신통'이다.‘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메일 주소는 지메일(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3.11.29 07:25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파3라고 드라이버 잡지 마라는 법 없다

몇 년 전 일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는 사회인 제자 셋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에서 라운드 했다.지금은 새로 운영을 맡은 회사가 골프장 이름을 ‘클럽72’로 바꾸었다는 사실은 독자도 잘 알 것이다.그날 뱁새는 첫 네 홀에서 선전했다. 강풍이 불었는데 이에 맞서지 않고 순응하며 전부 파를 기록한 것이다. 다섯 번째 홀은 파3였다. 핀까지 거리가 무려 215m나 되었다. 그랬다. 명색이 프로라고 뱁새 김 프로가 풀 백티에서 플레이를 한 탓이다. 훅 맞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맞바람이면서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불었다는 말이다. 뱁새는 3우드를 들고 티잉 구역에 올라섰다. "드라이버를 잡아야 할까요?" 뱁새는 캐디 쪽을 돌아보며 혼잣말 비슷하게 내뱉었다. "저기 태극기가 다 펴질 정도로 바람이 세면 네 클럽을 더 봐야 한대요."성격이 밝은 캐디가 조언했다. 과연 그랬다. 골프장 경계 너머로는 무지무지하게 큰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대기업 물류창고에 걸린 것이었다. 그 회사 경영진이 한국계 일본인이라는 사실이 퍼지자 반감을 해소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큰 태극기를 걸었을 것이라고 뱁새는 짐작했다. '네 클럽을 더 잡는다면 250m쯤 쳐야 한다는 이야기 아닌가?' 뱁새는 잠시 머뭇거렸다. 한가락하는 장타자 뱁새이지만 3우드로 250m를 보내려면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렇다면 드라이버를 잡아야 한다는 말 아닌가? 파3에서 드라이버를 잡아본 적이 언제인가? 아무리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뱁새는 마침내 '3우드로도 240m 이상 보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멋진 3우드 티샷을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강력하게 티샷을 날렸다. 공은 바람을 가르며 미사일처럼 날아가기는커녕 훅 맞바람에도 오른쪽으로 밀리더니 페널티 구역으로 사라졌다. 너무 세게 치려다가 슬라이스를 낸 것이다. 한 벌타를 받고 110m 지점에서 8아이언으로 세 타째 샷을 했다. 공은 핀 왼쪽 뒤 프린지에 떨어졌다. 내리막 짧은 어프러치가 남았다. 여차하면 더블 파를 할 판이었다. 뱁새는 이리저리 살핀 다음 부드러운 어프러치로 깔금하게 공을 핀에 붙였다. 그래도 더블 보기였다. 후회가 밀려왔다. 17번 홀이었다. 185m짜리 파3였다. 앞 핀이라 175m쯤 보면 적당했다. "170m네요" 거리측정기로 잰 제자가 말했다. 내리막을 감안한 숫자일 것이다. 뱁새 경험상 물도 건너야 하고 그린 앞에 키 높이만한 벙커까지 있는 이 홀에서는 내리막을 보지 않는 것이 현명했다. '그래. 175m를 치자'라고 뱁새는 생각했다. 문제는 강한 슬라이스 맞바람이었다. 아까 물에 빠뜨려 더블 보기를 한 파3에서와 비슷한 강풍이었다. 몇 클럽을 더 길게 잡을 것인가? 네 클럽 더 길게? 그렇다면 3우드로 쳐야 하는데. 뱁새는 망설였다. 뱁새는 결국 3우드를 꺼내 들었다. 제자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아무리 그래도 175m짜리 파3에서 3우드를 들다니. 뱁새는 움츠러드는 자신을 달래고 힘차게 스윙을 했다. 그래 놓고도 막상 공이 날아가는 동안에는 불안했다. 혹시 너무 크게 친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공은 핀 왼쪽으로 날아가다가 바람을 타고 살짝 오른쪽으로 밀렸다. 그러더니 툭 떨어져서 핀에서 여남은 발짝에 기가 막히게 멈추었다. "굿 샷!" 주위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뱁새는 니어리스트 보너스가 두 개나 쌓인 홀에서 찬스를 잡았다. 문제는 제자들이었다. "화이트 티가 블랙 티랑 같이 있네요." 17번홀에 들어설 때 캐디가 말했다. 정말이었다. "흐흐흐. 코스 세팅이 합리적이네요!" 뱁새는 너스레를 떨었다. 바로 이 홀에서 뱁새가 3우드로 그림 같은 샷을 날린 것이다. 아마추어 중급자에게 175m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거리이다. 더구나 맞바람까지 강하게 분다면? 뱁새가 3우드를 든 것을 보고 다음 차례인 제자가 드라이버를 잡았다."파3에서 드라이버를 다 잡는군요." 그 제자는 몇 번이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애를 쓴 다음 시원하게 휘둘렀다. "나이스 샷!" 캐디가 탄성을 질렀다. 결과가 제법 좋았다. 거리가 딱 맞은 것이다. 공은 슬라이스 바람에 약간 밀려 그린 오른쪽 프린지에 멈추어 섰다. 다음 차례인 제자도 드라이버를 잡았다. 그리고 주저하지 않고 스윙을 했다. 두 사람이나 서너 클럽 길게 잡은 것을 보았으니 무엇을 망설이겠는가? 공은 바람을 뚫고 날아가 그린에 멈췄다. 온 그린. 뱁새 공 보다 예닐곱 발짝 더 오른쪽 뒤에 선 것이다. 마지막 제자는 페널티 구역에 빠졌다. 차마 풀 스윙을 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린에 올린 제자와 뱁새는 파를 기록했다. 뱁새는 니어리스트 보너스만 챙겼다. 파3라고 드라이버 잡지 마라는 법은 없다. 어떤 거리를 꼭 특정한 클럽으로 친다고 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플레이어가 더 짧은 클럽으로 같은 거리를 노린다고 자기가 선택한 클럽을 바꾸는 것은 금물이다. 샌드 웨지라고 부른다고 해서 모든 벙커샷을 그것으로 해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턱이 낮은 벙커라면 퍼터로 굴려서 탈출할 수도 있다. 그린에서 어중간하게 멀리 떨어진 벙커라면 아이언으로 벙커샷을 할 수도 있다. 자유롭게 플레이 하면 골프가 더 는다. 뱁새가 장담한다. 이러나 저러나 어차피 잘 안 되는 상황이라면 무엇이 두려운가? 흠흠.‘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메일 주소는 지메일(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3.11.22 07:28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끝까지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내기 골프 팀 룰

옳고 그름은 일단 접어두기로 하자. 내기 골프 말이다. 이왕 하는 내기 골프라면 최선은 무엇일까? 재미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적당한 긴장감이 돌아야 한다. 거두절미하고 뱁새 김용준 프로가 자주 채택하는 팀 룰을 자신 있게 소개한다. '스킨스 앤 스트로크'라고 이름 지은 내기 골프 팀 룰이다. 뱁새가 90타 안팎을 겨우 칠 무렵 자주 함께 라운드 하던 선후배가 머리를 맞대 만든 것이다. 그래도 굳이 기억하기 쉽게 '뱁새 룰'이라고 불러준다면 큰 영광이다.일단 함께 라운드 하는 플레이어의 핸디캡을 파악한다. 그리고 그 핸디캡을 각자 목표 점수로 삼는다. 핸디캡이 18인 플레이어라면 90타를 치면 핸디캡 대비 '파'로 계산하는 식이다. 그 플레이어가 88타를 쳤다면 핸디캡 대비 2언더파를 친 것으로 본다. 함께 라운드하는 사람끼리 겨뤄서 각자 핸디캡에 비해 가장 낮은 점수를 치는 사람이 우승을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실력대로 겨룬다면 로우 핸디캡퍼가 항상 우승을 할 것이니까. 로우 핸디캡퍼라 핸디캡이 낮은 사람이니 상대적으로 고수를 말한다. 너무 싱거운 룰 아니냐고? 우리도 그렇게 느꼈다. 그래서 룰을 발전시켰다. 바로 아홉 홀마다 우승자를 정하기로 한 것이다. 핸디캡이 18인 플레이어라면 아홉 홀 핸디캡은 9이다. 이렇게 하면 한 라운드에 우승자를 두 번 가리게 된다. 그러니 재미가 조금 더 있었다. 프론트 나인홀과 백 나인에 각각 우승자가 한 명씩 나오니 말이다.그래도 숙제가 남았다. 이따금 한 사람이 전반과 후반을 모두 우승하는 것이 문제였다. 우리는 준우승자도 뽑기로 했다. 그래도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전반 9홀이든 후반 9홀이든 초반에 부진한 플레이어는 의욕을 잃기 십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잠시 홀마다 승부를 가리는 스킨스 게임을 하기도 했다. 스킨스는 양파 껍질 벗기듯이 한 홀씩 상금을 빼 먹는다고 해서 이름을 붙인 경기 방식이다. 그런데 기량 차이가 많이 나는 플레이어가 끼면 이마저도 모두를 다 즐겁게 만들 수는 없었다. 하수에게 홀마다 한 타 또는 반 타를 덤으로 주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하수는 승부에 끼지 못하고 뒷전이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홀마다 우승자를 가리는 스킨스와 핸디캡 대비해서 우승자를 가리는 스트로크 게임을 한 데 섞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바로 ‘뱁새 룰’인 ‘스킨스 앤 스트로크’가 탄생한 배경이었다. 뱁새가 골프를 시작한지 어느덧 17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뱁새 패거리는 이 규칙으로 경기를 하고 있다. 스킨스 앤 스트로크의 세부 규칙은 다음과 같다. 경기를 시작할 때 각자 10개씩 내기 돈을 낸다. 10개가 얼마일지는 정하기 나름이다. 뱁새 너희는 얼마씩 걷는냐고? 흠흠. 조금 걷는다. 아주 조금. 네 명이 다 내면 40개이다. 이 돈으로 홀마다 우승자에게 1개씩 총 18개를 상금으로 쓴다. 그리고 나면 22개가 남는다. 그 중 4개는 파3 홀에 각각 1개씩 니어리스트 상금으로 쓴다. 니어리스트란 홀에 가장 가까이 붙인 플레이어를 말한다. 이제 남은 것은 18개이다. 이 돈을 전반 9개와 후반 9개씩으로 나눈다. 그래서 전반 우승자에게 5개를 시상한다. 준우승자에게는 3개를 준다. 3등에게도 1개를 준다. 꼴등은 상금이 없다. 처음에는 이렇게 해서 평화가 찾아왔다. 핸디캡을 속이는 악당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핸디캡을 높게 놓고 잘 치는 플레이어가 끼면 겉으로는 말을 안 해도 속으로는 불만이 생겼다. 예를 들면 핸디캡이 18이라고 해놓고 막상 치면 80대 초반을 치는 그런 플레이어 말이다. 그래서 규정을 추가했다. 바로 사기 골퍼의 상금은 환수하는 조항이다. 우리는 9홀에서 핸디캡 대비 3언더파를 치면 사기로 간주하기로 했다. 핸디캡을 18로 놓았다면 9홀 핸디캡은 9이다. 보통 골프장이라면 9홀에서는 45타가 핸디캡 기준 타수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 골퍼가 9홀에서 6오버파 즉, 42타를 치면 사기로 보고 처단하는 것이다. 핸디캡 대비 3언더파가 되니까. 사기를 치면 우승을 해도 상금 5개는 고스란히 환수한다. 당연히 돈은 캐디피로 쓰거나 그늘집 식음료 값에 보태곤 한다. 그렇다고 핸디캡 대비 3언더파나 친 플레이어가 억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정도 잘 쳤으면 빈 주머니라도 기분은 좋을 것 아닌가?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또 규정을 추가했다. 바로 전반 점수를 기준으로 후반 기준 핸디캡을 조정하는 것이다. 전반에 우승한 사람은 핸디캡을 2타 낮추고 준우승한 사람은 1타 낮춘다. 전반 핸디캡을 9로 놓은 플레이어가 우승을 했다면 후반에는 핸디캡을 7로 놓는 식이다. 준우승했다면 8로 놓고. 나중에는 못 친 사람을 격려하기 위해 3등은 핸디캡을 1타 높이고 꼴등은 2타 높이는 조항도 더했다. 전반 핸디캡 9짜리가 3등를 했다면 후반에는 10을 놓고 꼴등을 했다면 후반에는 11을 놓는 식이다. 이렇게 해 보니 홀마다 걸린 스킨스 상금은 받지 못해도 스트로크 상금을 받는 경우가 생겼다. 그래서 마지막 홀까지 한 타라도 아끼려고 최선을 다하곤 한 것이다.‘뱁새 룰’로 내기를 해 보고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귀띔을 해 주기 바란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3.11.15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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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여성 골퍼여, 제발 운동을! 그대는 물러설 곳이 없다

독자의 드라이버 샷 비거리 더하기 3우드 샷 비거리는 얼마인가? 드라이버가 200m 나가고 3우드가 180m 나간다면 총 380m 하는 식으로 말이다. 여성 골퍼라고 치자. 드라이버가 150m가 나가고 3우드가 130m가 나간다면? 합은 280m이다. 이런 여성 골퍼가 280m가 넘는 파4 홀을 만나면? 최선을 다 해도 투 온이 불가능하다. 페어웨이에서 드라이버를 한 번 더 들면 된다고? 비거리가 부족하면 그린 주변까지 공을 보내놓고 숏 게임으로 커버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비거리가 더 줄어든다면? 거의 모든 홀에서 레귤러 온을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레귤러 온(Regular On)이란 두 번 퍼팅을 하면 파(Par)를 기록할 수 있게 퍼팅 그린에 공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파4라면 두 번 만에 그린에 올려야 레귤러 온이다. 비거리가 부족하면 이따금 파3에서 드라이버를 잡아야 하는 일도 생긴다. 지금 여성 골퍼 얘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처지라면 목표를 낮게 잡을 수 밖에 없다. 싱글 스코어(81타 이하)는 언감생심이다. 보기 플레이도 만만치 않다. 숏 게임 달인이 되어서 매번 공을 홀에 착착 갖다 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누구라도 골프에 흥미를 잃기 십상이다. 라이벌이 여전히 힘을 자랑하는 형국이라면 더 그렇다. 남성 골퍼도 상황은 비슷하다. 드라이버 샷 비거리가 180m 이하로 줄어들면 플레이를 하기가 버거워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남성 골퍼에게는 물러설 곳이 있다. 바로 한 칸 밑 티 마커인 옐로우 티로 내려가는 것이다. 옐로우 티(Yellow Tee)는 '실버 티'라고도 부른다. 실버 티(Silver Tee)는 시니어 골퍼의 흰 머리에서 따온 별명일 것이다. 옐로우 티에서도 버거워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최악의 경우에는 레드 티(Red Tee)가 있다. 흔히 '레이디 티'라고 부르는 그 자리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사나이 체면이 있지 어떻게 레드 티에서 플레이를 하느냐고? 아직 정정한 시니어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노인으로 치는 만 65세를 넘긴 골퍼라면 레드 티에서 플레이 하는 것이 절대 민망한 일이 아니라고 뱁새 김용준 프로는 생각한다. 참고로 뱁새 김 프로의 부친인 김정홍 옹은 칠십 대 중반에 골프를 시작했다. 1940년 생으로 잭 니클라우스와 동갑인 김정홍 옹은 무려 6개월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을 했다. 그리고 데뷔 무대에서 92타를 기록했다. 바로 레드 티에서. 김정홍 옹처럼 노인 골퍼라면 남성이라도 레드 티에서 플레이 해도 전혀 어색할 것이 없다. 힘은 줄어들어도 필드를 누빌 수 있다면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게 멋진 것이다. 남성 골퍼는 보통 화이트 티에서 시작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한 칸 밑으로 내려간다. 나이를 더 먹으면 마지막 보루 레드 티가 있고. 반면 여성 골퍼는 어떤가? 십중팔구 레드 티에서 골프를 시작한다. 힘이 줄어들면? 반발력이 규칙이 정한 것 보다 높은 이른바 '고반발 드라이버'를 사면 된다고? 그렇다고 치자. 고반발 드라이버를 써도 도무지 레귤러 온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골프가 재미 없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은퇴하는 여성 골퍼가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불상사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힘이 근본적으로 떨어지면 아무리 장타 비법을 익혀도 소용이 없다. 소셜 미디어(SNS)에서 20m 더 나가는 비결을 전수받으려 해도 어림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바로 오늘부터 준비해야 한다. 골퍼로서 은퇴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 말이다.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어떤 운동을 해야 근력이 강해지거나 약해지지 않느냐고? 이미 몇 회 전에 썼다. 그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독자라면 다시 찾아보기 바란다. 변형 에이지 슈팅을 위해서는 근력 운동이 필수라고 쓴 그 뱁새의 충언을 말이다. 그러는 뱁새 당신은 근력 운동은 좀 하느냐고? 한다. 며칠 하고 하루 쉬는 식으로. 그 덕에 근육통을 친구처럼 달고 산다. 뱁새는 시니어 골퍼가 되었지만 아직 비거리는 짱짱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비거리가 더 는 것 아니냐는 지인도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앞 뒤 안 가리고 휘두를 때를 안 봐서 하는 소리이다. 뱁새는 한동안 더 정확하게 쳐보겠다고 하다가 비거리가 슬금슬금 줄어들라 치면 어김 없이 헤드 스피드 늘리기 훈련을 한다. 여성 골퍼는 골프를 시작하는 그 날부터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 레드 티보다 더 아래에 있는 티 마커는 없으니까.'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3.08.09 07:46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플레이 속도는 골프의 미래다

‘명인’은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가 쓴 소설이다. 그렇다. 소설 ‘설국’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 가와바타 야스나리 말이다. 명인은 마지막 세습 혼인보인 슈사이 명인의 은퇴 대국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바둑을 두는 한국인이라면 ‘혼인보’ 대신 한자 그대로 읽은 ‘본인방’이라고 하면 익숙할 터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가 명인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이 벌써 30년이 다 되어 간다. 바둑도 둘 줄 아느냐고? 뱁새 김 프로는 골프를 알기 훨씬 전에 바둑에 푹 빠져 살았다. 대학시설 아마추어 바둑 고수 몇 명과 가까이 지낸 덕분이었다. 아마 5단 정도였던 고수에게 아홉 점이나 깔고 배우기 시작했다.고수끼리 대국이 벌어지면 뱁새는 관전을 하며 심부름도 하곤 했다. 용호상박인 승부가 끝나는 새벽 무렵이면 지도대국을 한 판씩 두어주곤 했기 때문이다. 그 지도대국을 받으려고 맥주도 사 나르고 연탄불에 쥐포도 구워 올렸던 것이다. 바둑 전문 채널도 없고 인터넷 바둑도 세상에 나오기 전이었다. 대국 후 고수가 해 주는 복기는 하수인 뱁새에게는 더없이 값진 것이었다. 복기란 승부를 끝낸 바둑을 되짚어 보는 것을 말한다. 고수가 빌려주는 바둑교본과 복기를 거름으로 삼아 뱁새는 까는 돌을 하나씩 줄여갔다. 그리곤 마침내 상수 가슴팍쯤까지 갈 수 있었다. 30여년 동안이나 세습 혼인보 자리를 지킨 슈사이 명인은 흑을 잡은 적이 없었다. 그 긴 세월을 백을 잡고 누구에게든 이겨야 했다. 덤도 받지 않은 채로. 그 시절 바둑 가문은 연구한 수를 공개하지 않고 비밀로 했다. 큰 승부에서 써먹기 위해서였다. 바둑은 먼저 두는 흑이 조금 유리하다. 그래서 나중에 두는 백에게 몇 집을 덤으로 준다. 덤은 현대 바둑에서 나온 제도이다. 슈사이 명인 시절에는 그런 덤이 없었던 것이다. 덤만큼 불리한 승부에서 숱한 도전을 물리치고 혼인보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는 얼마나 많은 수련을 했을까? 그런 슈사이 명인이 고령으로 은퇴를 하게 됐다. 그것을 기념한 은퇴기였다. 그 대국에는 덤뿐 아니라 시간 제한도 없었다. 한 수 한 수 두기까지 두 고수는 번갈아 많은 시간을 썼다. 하루에 한 두 수만 두고 끝나는 날도 있었다. 대국이 중간에 몇 달씩 중단되기도 했다. 슈사이 명인의 건강이 나빠서이다. 언제 끝이 날지 모르니 TV로는 중계할 길이 없었다. 대국은 참관인이 기보(대국의 수순을 기록한 것)로 남겼다. 수 년 만에야 끝난 승부에서 명인은 패했다. 느닷없는 바둑 이야기를 왜 하느냐고? 슈사이 명인 은퇴기가 벌어질 때쯤 일본기원은 제한시간을 도입했다. 그 시절에는 신문 기전이 많았다. 신문사가 주최하며 매일 신문에 기보를 실었다. 뱁새 기억으로 신문기전의 제한시간은 흑과 백 각각 여덟 시간씩이었다. 흑백이 시간을 모두 쓴다면 무려 열 여섯 시간이나 되었다. 물론 초읽기에 몰리며 버티는 시간은 빼고. 대마가 죽지 않는 한 하루에 바둑이 끝나는 일은 드물었다. 거의 다 이틀짜리 승부였다. 그러다가 TV가 중계하는 TV 기전이 생기기 시작했다. TV로 이틀짜리 승부를 생중계하는 것이 무리였다. 언제 착점(한 수를 놓는 것)을 할 지도 모르는 채 시청자를 한 없이 기다리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제한시간을 줄였다. 여덟 시간이던 것을 네 시간으로. 그래도 하루에 승부가 나지 않는 경우가 생겼다. 제한시간을 다 쓰면 초읽기를 한다. 60초 안에 무조건 둬야만 하는 식으로 말이다. 초읽기가 끝났는데도 착수를 하지 않으면? 형세에 관계없이 반칙패이다. 절정 고수라면 마지막 초읽기로도 한 두 시간을 거뜬히 버텨냈다. 패 싸움(상대가 따 낸 자리를 다시 따내는 것)이라도 벌어질라치면? 승부는 한 없이 길어졌다. 그러다가 인터넷으로 바둑을 중계하는 시대가 열렸다. 누가 인터넷으로 하루 종일 바둑 중계만 보고 있겠는가? 바둑계는 한중일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제한시간을 더 줄였다. 큰 기전은 두 시간으로 작은 기전은 한 시간으로 말이다. 30분짜리 속기바둑(빨리 두는 바둑)도 나왔다. 이렇게 제한시간을 줄이면서 바둑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SNS) 시대에 각광받는 스포츠로 성장했다. 제한시간이 줄어들자 속기에 능한 프로 기사가 별안간 촉망 받기도 했다. ‘손오공’이란 별명을 가진 서능욱 9단이 좋은 예이다. 손바람을 내다가 덜컥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아 큰 승부에서 번번이 우승을 놓치던 그였다. 오죽하면 자신을 다스리느라 염주를 손에 들고 대국을 하기도 했을까? 그런 그가 제한시간을 파격적으로 줄이자 두각을 나타냈다. 전 세계가 주목한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 승부도 제한시간은 단 두 시간씩이었다. 스포츠 특히 ‘관람하는 스포츠’는 신속한 플레이가 생명이다. 관람은 현장에 가서 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관람하는 팬이 훨씬 많다. TV 시청자나 소셜 미디어 구독자가 느린 플레이를 외면하는 것은 말하나 마나이다. 시청자와 구독자가 안 보는 스포츠를 누가 후원하겠는가? 바둑뿐 아니라 여러 스포츠가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미 오랜 전부터 애를 쓰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골프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두 단체는 지난 2019년에 규칙을 현대화 하면서 플레이 속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규칙을 관장하는 두 단체가 어디인지를 모른다면? 뱁새 칼럼 애독자가 절대 아니다. 몇 번이나 이야기 했으니 지난 칼럼을 꼭 찾아보기 바란다. 페이스 오브 플레이(Pace of Play, 신속한 경기 진행이라는 뜻)는 현대 골프가 지고 있는 숙명이다. 느리게 플레이 하는 프로 골퍼는 골프 세상이 커지는 것을 막는 장해물이다. 응원하거나 후원할 이유가 없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3.07.26 08:04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캐디가 당신을 도와줄 거라고 믿는다면 당신은 아직 하수다

지난 2015년 10월30일. 뱁새 김용준 프로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선발전 본선 마지막 날 마지막 홀 퍼팅 그린에서 브레이크를 가늠하고 있었다. 프로 선발전에 세번째 도전하는 뱁새 김 프로(이 때는 프로가 아니었다) 앞에 놓인 마지막 숙제는 두 발짝 남짓한 퍼팅이었다. 뱁새가 보기에는 왼쪽으로 공 두 개쯤 되는 곳을 겨누고 스트로크 하면 들어갈 것 같았다. 캐디가 공을 닦아주면서 뒤에서 한 마디 거들었다. "반듯이 보면 되겠네요"라고. 뱁새는 그 퍼팅에 운명이 걸렸다고 생각하고 있는 차였다. 프로 골퍼가 되느냐, 또 다시 쓴 잔을 마시느냐. 캐디 말을 들었어도 뱁새가 보기엔 여전히 왼쪽이 살짝 높아 보였다. 그러나 뱁새도 실은 귀가 얇은 '팔랑귀'일까? 브레이크가 점점 작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왼쪽으로 공 하나만 보고 퍼팅을 했다. 처음에 생각한 공 두 개 왼쪽이 아니라.뱁새가 퍼팅한 공은 두 발짝 밖에 안 되는 거리를 한참 굴렀다. 그 짧은 시간이 초저속으로 재생하는 영상처럼 느리게 흘렀다. 공은 홀 쪽으로 중심을 잃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뿔싸! 홀에 삼분의 일쯤 들어갔다가 돌아 나오고 말았다. 가슴이 무너졌다. 가슴을 찌르는 통증을 악문 이빨 사이로 내뱉었다. 탭인 해서 경기를 마친 뱁새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렀다. 1년 가까이 흘린 땀이 그 퍼팅 실수 하나로 물거품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어떠했겠는가?반듯이 치라는 조언을 한 캐디는 초보였다. 캐디 업무를 한 지 단 석 달 밖에 되지 않은. 뱁새도 그의 조언을 듣기 전에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중간에 캐디에게 "의견 내지 마라"고 이미 주의를 준 터였다. 그래 놓고도 캐디가 무심코 툭 던진 한 마디에 자기 판단을 믿지 못한 것이다. 누구 탓을 하겠는가. '캐디가 당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당신은 아직 하수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가 지어낸 말이 아니다. 서양 골프 속담이다.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면? 이미 상당한 경지에 오른 독자가 틀림 없다. 이 속담은 어디까지나 '캐디가 해주는 어드바이스(Advice)가 틀릴 수도 있으니 플레이어 스스로 판단해서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판단력을 갖고 있어야 상수라는 말이기도 하고. 캐디가 말해주는 브레이크나 깃대까지 남은 거리를 곧이곧대로 믿고 플레이 해놓고 캐디 탓을 한다면 하수라는 뜻이다. 캐디가 브레이크를 잘못 보면 어떻게 해! 캐디가 거리를 잘못 불러주면 안 되지! 바로 그 말이다. 브레이크도 귀신 같이 보고 거리도 딱딱 맞춰서 알려주는 캐디를 만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떻게 그런 캐디를 라운드마다 만날 수 있겠는가? 밥 먹고 골프만 치는 골퍼도 브레이크가 헷갈리기 마련인데. 거리측정기로 재고 나서 쳐도 거리가 안 맞기 십상이고. 한꺼번에 플레이어 네 명이나 돕는 캐디가 한 눈에 브레이크도 보고 거리까지 정확히 불러주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기대이다. 그 정도 노련함은 공식 대회 때 개인 캐디에게나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캐디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는 하수 단계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동안 고생하고 수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맨 먼저 퍼팅 그린에서 브레이크부터 스스로 판단해 보기를 권한다. 처음에는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도 헷갈릴 수도 있다. 왼쪽이 높은지 오른쪽이 높은지는 말할 것도 없고. 더블 브레이크이기라도 하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스스로 퍼팅을 하면 퍼팅 실력이 반드시 는다. 뱁새가 장담한다. 퍼팅 브레이크를 스스로 보는 것과 함께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퍼팅 그린에 올라간 공을 플레이어 스스로 마크하는 일이다. 가만히 있으면 캐디가 해주는데 왜 하느냐고? 스스로 마크해야 골프가 는다. 캐디가 마크를 하면 브레이크를 보고 공을 놓아주기 마련이다. 그러면 플레이어 스스로 브레이크 보는 일이 줄어든다. 남은 거리나 클럽 선택도 마찬가지이다. 거리 측정기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거리에 더해서 다음과 같은 정보도 감안해 클럽을 스스로 선택해 보면 어떨까? 맨 먼저 공이 놓인 자리이다. 잔디가 긴 러프에 공이 놓였다면 실제 거리 보다 조금 더 길게 보면 된다. 공이 오르막 라이에 놓였다면 공이 더 높게 떠서 덜 날아간다. 내리막이라면 더 짧은 클럽을 선택하는 것이 맞고. 바람은 어디로 부는지도 꼭 감안해야 한다. 잔디를 뜯어서 공중에 날려보는 습관을 들이면 저절로 골프가 는다. 그린이 딱딱한지 무른지도 감안해야 한다. 첫 홀에서 공 떨어진 자국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피치 마크(공이 퍼팅 그린에 떨어져서 파인 자국)가 깊다면 부드러운 그린이어서 그린에 떨어진 공이 덜 굴러간다. 혼자 힘으로 자연 속에서 플레이 하다 보면 골프를 더 잘 치는데 필요한 덕목을 절감하게 된다. 수련도 당연히 뒤따를 테고.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기 바란다. 캐디가 당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당신은 아직 하수이다.‘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3.07.0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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